백신 개발 희생양 '투구게' 와 투구게 피 대체 시약 'rFC'

투구게의 피

투구게의 혈액에 대하여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약산업에서 투구게의 혈액은 매우 가치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에, 투구게를 포획하여 혈액을 채취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대체 투구게의 혈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길래 투구게를 잡는 것일까요?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과 달리 투구게는 림프구가 주도하는 면역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외부 침입자에 대항해야 생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침입에 대한 방어 프로세스를 가지게 됩니다.
투구게의 혈액이 이 역할을 하는데요, 투구게의 혈액 속에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라는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혈액 내의 LAL은 침입자를 중심으로 주변부를 응고시켜 전파를 차단하게 됩니다.

이런 단순한 프로세스가 고작 45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투구게의 혈액을 이용하면 박테리아로 인한 오염이 있는지 여부를 간단하게 Screening 할 수 있게 됩니다.
박테리아의 내독소가 존재한다면, 투구게의 혈액을 이용했을 때 응고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제약 산업과 투구게

이런 이유로, 제약 산업은 투구게를 포획하고 투구게의 혈액을 약제의 screening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약품 내의 내독소의 존재 여부, 수술실에서의 무균상태 유지 확인 등 의약학계 다양한 곳에 투구게의 혈액이 사용되다보니, 투구게의 희생이 만만치 않습니다.

투구게를 잡아서 혈액을 뽑으면 모든 투구게가 죽게되는가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투구게들을 잡아서 혈액을 채취하면 그 채취 과정에서 10 ~ 15%의 투구게가 죽게 되며, 혈액 채취를 끝낸 투구게를 바다로 다시 방사하더라도 그 중 30%는 죽게 됩니다.
제약산업에서 투구게의 희생도 희생이지만, 투구게는 식용으로도 포획이 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멸종위기의 위험에 놓여있습니다.

미국에서 투구게가 가장 많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델라웨어 만(Delaware Bay)에서 조사한 결과
투구게의 수는 1990년 124만 마리에서
2002년 334,000마리 미만으로 급감하였고,
이후로 안정화 기간을 거쳐 2019년에는 725,000마리 까지 다시 증가하였습니다.

20년간 투구게의 수가 증가하였지만, 30년 전인 1990년에 비하면 절반으로 수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계속해서 수가 증가한다면 괜찮은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말, COVID-19 대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COVID-19에 대항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였습니다.

약제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약 업계는 LAL을 대량으로 필요로 하게 되었고, 약제의 생산과 연구활동을 위한 투구게의 희생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구게의 생애주기를 보면, 5월과 6월에 암컷 투구게 한마리가 80,000개의 알을 낳습니다.
장기화 된 COVID-19 유행은 쉬는 기간 없이 LAL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포획되는 투구게는 산란시기를 놓쳐 증식할 기회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면 투구게는 결국 멸종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어찌 인류가 COVID-19를 잘 견뎌낸다고 하여도, 앞으로 불시에 미지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위협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투구게의 혈액을 사용하게 된다면 멸종위기를 넘어 멸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투구게 피 대체재

그렇다면, 이 투구게의 LAL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는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재조합 인자 C(rFC) 인데요, rFC는 의약품에서 박테리아 내독소를 검출하는 데 사용되는 비동물 유래 시약입니다.

Cite this chapter as: Bolden J. (2019) Recombinant Factor C. In: Williams K. (eds) Endotoxin Detection and Control in Pharma, Limulus, and Mammalian Systems. Springer, Cham. https://doi.org/10.1007/978-3-030-17148-3_13

rFC 시약을 사용하면, 박테리아와 같은 endotoxin을 특정 기질로 전환시켜, 효소반응을 일으켜 형광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엔도톡신 검출기입니다.

최초 이 시약이 등장한 지는 거의 20년이 되었는데요,

처음 상업화 되어 제약산업에 진출했을 때 심한 경계를 받았습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약이었고, 공급하는 업체도 단 하나였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의 경계심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rFC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처가 많이 늘어나 있습니다.

검증의 문제도 예전과 같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

EU 국가와 중국을 포함하여 약 60개국에서 이미 rFC의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대체재 rFC 대신 LAL을 고집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LAL을 rFC가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투구게들이 희생되는 이유는
미국 약전(US Pharmacopeia)과 투구게의 혈액을 직접 채취하는 사업체 Charles river와 같은 rFC 비평가들 때문입니다.

미국 약전은 제약산업에서의 전반적인 지침을 설정하는데요,

rFC가 LAL과 완전히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 LAL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공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자료가 뒷바침 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과는 달리 이미 여러 검증절차를 거쳐 많은 제약회사에서 rFC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복잡하고 rFC의 사용 허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LAL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구게의 혈액으로부터 LAL을 생산하는 사업체들은 rFC의 사용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LAL은 실제로 50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고, 1quart의 LAL이 15,000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rFC를 공식적으로 허가한다는 지침이 미국 약전으로부터 떨어진다면, 많은 제약회사들이 rFC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고,
투구게로부터 얻어내는 LAL보다 값싼 가격으로 더 많은 시약을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rFC를 투구게로부터 채취하여 공급하는 회사들은 사업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rFC라는 품질좋고 훌륭한 대체재가 있는데도, 투구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절대 옳은 방법일 리가 없습니다.


투구게의 일방적인 희생이 끝나고 rFC가 상용화 되는 것, 투구게가 멸종해야 가능한 것일까요?


감사합니다.